도구를 고르지 말고, 에이전트 작업장을 설계하라
Codex, Cursor, Antigravity, Hermes, OpenClaw를 비교하면 질문이 바뀐다. 어떤 AI 에디터가 좋은가가 아니라, 내 일을 어느 에이전트 작업장에 어떤 권한으로 맡길 것인가.
요즘 나는 Codex를 주로 쓴다.
하지만 이 글은 Codex 찬양글이 아니다. Cursor, Antigravity, Hermes, OpenClaw까지 늘어놓고 “뭐가 제일 좋냐”를 고르는 비교글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조금 다르다.
이제 개발자가 고르는 것은 AI 에디터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일할 작업장이다.
예전에는 코딩 도구를 고른다는 말이 비교적 단순했다. 에디터가 빠른가. 자동완성이 좋은가. 검색이 편한가. 확장이 많은가. 손에 잘 붙는가.
그런데 agent가 들어오면 질문이 바뀐다.
agent는 단순히 코드를 제안하지 않는다. repo를 읽고, shell을 실행하고, 테스트를 돌리고, 브라우저를 열고, PR을 보고, 문서를 만들고, 나중에 다시 이어서 일한다. 경우에 따라 Slack, Gmail, Google Drive, GitHub, Linear 같은 외부 시스템까지 건드린다.
이 순간부터 도구 선택은 UI 취향 문제가 아니다.
어느 agent에게 어떤 repo를 보여줄 것인가. 어떤 secret을 줄 것인가. 어떤 채널을 열 것인가. 어디까지 자동 실행을 허용할 것인가. 실패하면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사람이 어느 지점에서 승인할 것인가.
이게 진짜 질문이 된다.
Cursor 글이 말해준 것
최근 Cursor의 cloud agent 회고를 읽고 이 생각이 더 선명해졌다.
Cursor는 cloud agent를 “local agent를 서버에 올린 것”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local agent는 내 노트북의 개발 환경을 공짜로 물려받는다. repo, dependency, shell, network, credential, 브라우저 상태가 이미 있다.
cloud agent는 그렇지 않다.
VM을 준비해야 한다. dependency를 설치해야 한다. secret을 안전하게 다뤄야 한다. network access를 제한해야 한다. 작업을 checkpoint하고, hibernate했다가 resume해야 한다. inference provider가 흔들리거나 pod가 죽어도 agent run이 이어져야 한다. 대화 상태와 머신 상태도 분리해야 한다.
Cursor는 결국 Temporal 같은 durable execution 계층까지 갔다.
이건 그냥 Cursor의 내부 사정이 아니다. AI 코딩 도구 시장 전체의 방향을 보여준다.
좋은 agent 제품은 모델만 좋은 제품이 아니다.
좋은 agent 제품은 agent가 일할 수 있는 현실을 잘 제공하는 제품이다. 개발 환경, 권한, 상태, 메모리, 검증, 재시도, 리뷰, 기록. 이 모든 것이 합쳐져야 agent는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AI 코딩 도구를 볼 때 “응답이 똑똑한가”보다 먼저 본다.
이 제품은 agent에게 어떤 작업장을 만들어주는가.
Codex: 내가 지금 메인으로 두는 작업장
Codex app은 내 기준에서 가장 “작업장”에 가깝다.
하나의 파일 옆에서 autocomplete를 해주는 도구라기보다, 여러 agent에게 일을 맡기고, diff를 보고, terminal output을 확인하고, 브라우저로 검증하고, 다시 지시하는 공간이다.
내 작업은 에디터 안에서 한 함수 고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repo를 읽고, 기존 규칙을 확인하고, 테스트를 돌리고, 화면을 보고, 결과를 문서나 draft로 남긴다. 때로는 GitHub PR을 리뷰하고, 때로는 Google Drive 문서를 읽고, 때로는 Slack이나 Gmail 맥락까지 이어진다.
이건 “코드 작성”보다 “작업 운영”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Codex를 메인으로 둔다. 지금 내가 필요한 건 가장 매끈한 코딩 손맛보다, 일을 맡기고 검증할 수 있는 agent workbench이기 때문이다.
물론 Codex가 모든 면에서 최고라는 뜻은 아니다. 손으로 코드 한가운데 들어가 미세하게 고치는 경험은 Cursor가 더 자연스러운 순간이 많다. 하지만 하루의 작업 전체를 맡기는 책상으로 보면 Codex가 편하다.
Cursor: 가장 좋은 손 옆의 AI
Cursor는 여전히 강하다.
특히 손으로 코딩하는 순간에는 Cursor가 좋다. 파일을 열고, 커서를 두고, 지금 이 코드의 의도를 유지하면서 빠르게 바꾸는 경험이 자연스럽다. “내가 쓰는 중”이라는 감각을 잘 살린다.
Cursor의 진짜 무서운 점은 그 위에 cloud agent 운영 경험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Cursor는 이미 VM, checkpoint, secret redaction, network policy, durable workflow, conversation streaming 같은 문제를 직접 겪고 있다. 내부 monorepo에서 cloud agent가 만든 PR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에디터 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 moat는 점점 agent infrastructure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Cursor는 내게 “메인 작업장”이라기보다 “가장 좋은 손 옆의 AI”다.
직접 코딩할 때는 강하다. 하지만 repo를 넘나드는 운영, 문서화, 브라우저 검증, 외부 앱 연결까지 포함해 하루의 작업 흐름을 맡기려면 나는 아직 Codex 쪽이 편하다.
Antigravity: Google이 만들려는 agent 플랫폼
Google의 Antigravity는 다른 층에 있다.
Google I/O 2026 발표에서 Antigravity 2.0은 desktop app, CLI, SDK, Managed Agents까지 확장됐다. 이건 Cursor류 에디터 경쟁자라기보다, Google식 agent platform에 가깝다.
Google이 가진 표면은 너무 넓다. Gemini API, AI Studio, Android, Chrome, Firebase, Google Cloud, Workspace, Search가 있다. 만약 agent가 이 표면들을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다면 Antigravity는 단순 개발 앱이 아니라 Google 생태계의 agent 작업장이 될 수 있다.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위험도 같이 크다. Google 계정, Cloud project, Workspace, local repo, managed agent가 한 흐름으로 묶이면 편하지만, 권한 경계와 lock-in도 커진다.
그래서 나는 Antigravity를 메인 교체 후보로 보지는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대신 Google/Gemini/Android/Firebase 쪽 실험을 할 때, 격리된 repo와 review gate를 걸고 써볼 플랫폼 후보로 본다.
Hermes와 OpenClaw: 코딩 도구 밖으로 나가는 agent
Hermes Agent와 OpenClaw는 더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이 둘은 단순한 coding assistant가 아니다.
Hermes는 장기 기억과 skill 축적을 강조한다. 과거 대화를 검색하고, 사용자의 패턴을 배우고, 반복되는 일을 skill로 만든다. messaging gateway도 붙는다. 말하자면 기억하는 개인 작업자에 가깝다.
OpenClaw는 local-first gateway에 가깝다. WhatsApp, Telegram, Slack, Discord, iMessage, Google Chat, Matrix, macOS, iOS, Android 같은 표면을 열고, sessions, cron, browser, canvas, tool 실행을 묶는다. 어디서든 부를 수 있는 always-on assistant에 가깝다.
매력적이다. 동시에 위험하다.
기억, 메시징, cron, shell, file access가 붙으면 agent는 내 생활의 입구가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모델 성능이 아니다. 권한 경계다.
어떤 채널에서 온 요청이 어떤 workspace를 건드릴 수 있는가. 회사 계정과 개인 계정은 분리되는가. 개인 사업 데이터와 회사 데이터가 섞이지 않는가. 기억해도 되는 것과 기억하면 안 되는 것은 분리되는가. cron으로 나중에 실행되는 작업은 누가 승인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Hermes와 OpenClaw는 너무 강한 장난감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을 “메인 코딩 툴” 후보로 보지 않는다. 별도 격리 환경에서 키워볼 개인 agent 후보로 본다. 회사 맥락과 섞으면 안 된다.
비교표보다 중요한 것
그래도 굳이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 도구 | 정체성 | 내 배치 |
|---|---|---|
| Codex | agent workbench | 메인 개발 작업장 |
| Cursor | AI-native IDE와 cloud coding agent | 손으로 코딩할 때 보조석 |
| Antigravity | Google식 agent platform | Google 생태계 실험장 |
| Hermes | 기억하고 학습하는 personal agent | 장기 메모리 실험 |
| OpenClaw | local-first always-on gateway | 개인 자동화 실험 |
하지만 표보다 중요한 건 배치다.
Cursor는 편집의 밀도를 높인다. Codex는 작업을 맡기고 검증하는 세션을 만든다. Antigravity는 Google 생태계 위의 agent platform을 노린다. Hermes는 기억과 skill 축적을 노린다. OpenClaw는 어디서든 부를 수 있는 gateway를 노린다.
그러니 “뭐가 제일 좋냐”는 질문은 부족하다.
더 좋은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일을, 어느 권한 경계 안에서, 얼마나 오래 맡길 것인가.
내 결론
지금 내 기본값은 이렇다.
메인은 Codex다. repo 수정, 리뷰, 디버깅, 브라우저 검증, 문서화, draft 작성까지 한 작업장 안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Cursor는 손 가까이에 둔다. 직접 코딩하는 순간, 파일 안에서 빠르게 생각을 움직이는 순간에는 Cursor가 좋다.
Antigravity는 Google stack을 건드릴 때 실험한다. 특히 Gemini API, Android, Firebase, Google AI Studio와 연결되는 흐름은 따로 볼 만하다.
Hermes와 OpenClaw는 격리된 개인 실험장에 둔다. 둘 다 재미있지만 항상 켜져 있는 personal agent는 잘못 세팅하면 너무 많은 것을 본다. 기억, 메시징, cron, shell은 강력하지만, 회사 맥락과 개인 맥락이 섞이면 바로 위험해진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도구를 고르지 말고, 작업장을 설계하라.
에디터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다. agent에게 어떤 현실을 제공할지 정하는 일이다.
어떤 repo를 보여줄지.
어떤 secret을 줄지.
어떤 브라우저와 계정을 열어줄지.
어느 순간 사람이 승인할지.
실패하면 어떻게 되돌릴지.
이걸 정하지 않고 “AI 코딩 도구 뭐가 좋아요?“라고 묻는 건, 사무실 보안도 문서함도 출입증도 없이 직원을 뽑는 것과 비슷하다.
앞으로 좋은 agent 제품은 더 똑똑한 챗봇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좋은 agent 제품은 좋은 작업장처럼 보일 것이다.
깨끗한 개발 환경, 명확한 권한, 남는 기록, 실패를 견디는 실행 계층, 사람이 개입할 리뷰 지점. 이런 것들이 제품의 본체가 된다.
나는 당분간 Codex를 그 중심에 두고, Cursor를 손 가까이에 두고, Antigravity/Hermes/OpenClaw는 격리된 실험장에 둘 생각이다.
아마 이 배치는 계속 바뀔 것이다.
하지만 기준은 오래갈 것 같다.
agent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agent가 일할 방부터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