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위해 카오스를 감수하되, 핑계로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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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위해 카오스를 감수하되, 핑계로 쓰지 마라

일에는 생각보다 포기해도 되는 일이 많다.

모든 요청에 답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문서를 최신으로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임시로 만든 도구를 완성품처럼 다듬지 않아도 된다. 이미 목적을 다한 회의를 계속 열 필요도 없다. 일을 빨리 하는 것만으로는 이 차이를 만들 수 없다. 속도는 더 빨리 처리하는 능력보다, 지금 하지 않을 일을 고르는 능력에서 나온다.

블리츠스케일링이 효율보다 속도를 우선한다는 말도 여기서 현실이 된다. 효율적인 조직은 낭비를 줄이고 같은 품질을 반복하려 한다. 빠르게 커지는 조직은 그 질서를 만들 시간까지 아껴야 한다. 그래서 중복, 임시방편, 불완전한 인수인계, 곧 버릴 작업을 감수한다.

리드 호프먼은 이를 “카오스를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너무 빨리 커지면 제품과 운영 방식, 관리 구조가 6개월에서 12개월마다 크게 바뀐다. 천천히 배우고 정돈할 때의 편안한 효율은 사라진다.

속도를 내려면 어떤 불은 그냥 타게 둬야 한다

호프먼이 제시한 반직관적 규칙에는 “불을 내버려 두라”와 “버릴 일을 하라”도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가장 중요한 문제에 쓸 속도를 잃는다. 열 시간이 걸리는 정교한 해법보다 한 시간짜리 임시방편이 지금의 병목을 풀 수 있다면, 나중에 버릴 것을 알면서도 그쪽을 택한다.

여기서 카오스는 아무렇게나 일한 결과가 아니다. 중요한 한 가지에 자원을 몰았기 때문에 나머지를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린 결과다. 미완성 문서, 수동 처리, 중복 도구, 늦은 답변은 그 자체로 전략이 아니다. 무엇을 지키려고 그것들을 포기했는지가 분명할 때만 속도의 비용이 된다.

문제는 카오스가 너무 좋은 핑계가 된다는 데 있다.

약속을 놓치면 “지금은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같은 사고가 반복되면 “과도기라서 그렇다”고 넘길 수 있다. 목표가 바뀌어도 “빠르게 적응했다”고 부를 수 있다. 정리하지 않은 일, 책임지지 않은 결정, 준비하지 않은 실패가 모두 블리츠스케일링의 비용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속도가 만든 카오스와 무능이 만든 혼란을 어떻게 가르는가.

첫 번째 차이는 움직이지 않는 목표다. 방법과 도구, 사람의 역할은 계속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무엇을 가장 빨리 증명하거나 차지하려는지는 고정돼 있어야 한다. 목표까지 자주 바뀐다면 주변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잃은 것이다.

포기한 일에는 이유보다 경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 차이는 손실의 경계다. 내가 문서화를 포기한 대가가 다음 사람의 야근으로 돌아가면 속도가 아니라 비용 이전이다. 고객의 신뢰, 직원의 급여, 법적 의무, 안전, 되돌릴 수 없는 데이터까지 태우면 카오스가 아니라 파괴다. 내일 복구할 수 있는 불편과 한 번 잃으면 돌아오지 않는 자산을 같은 불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차이는 끝나는 조건이다. “지금만 임시”라는 말에는 날짜나 사건이 붙어야 한다. 고객 열 곳을 확보할 때까지 수동으로 처리한다. 이번 출시가 끝나면 중복 도구 하나를 없앤다. 같은 장애가 두 번 생기면 속도보다 재발 방지를 먼저 고친다. 끝나는 조건이 없는 임시방편은 임시가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이 기준은 카오스를 없애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카오스를 감수하게 한다. 무엇을 버렸는지 알고, 어디까지 태울지 정하고, 언제 다시 볼지 남겼기 때문이다. 질서를 모두 회복한 뒤 움직이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면서도 실패를 블리츠스케일링 탓으로 돌리지 않게 된다.

에이전트가 많을수록 더 많이 포기해야 한다

AI 에이전트는 할 수 있는 일의 수를 폭발시킨다. 글도 쓰고, 조사도 하고, 제품도 만들고, 운영도 자동화할 수 있다. 생산 비용이 내려가면 모든 가능성을 실행해도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산출물이 빨리 늘어난다고 목표에 도달하는 속도까지 빨라지지는 않는다.

가능한 일이 열 배가 되면 포기해야 할 일도 열 배가 된다. 에이전트를 붙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화하면 새로운 유지보수와 검토가 생긴다. 일을 만드는 능력이 일을 버리는 판단보다 앞서면, 빠른 조직은 곧 산출물로 가득 찬 느린 조직이 된다.

블리츠스케일링은 모든 일을 빠르게 해내는 상태가 아니다. 한 가지 속도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일을 미완성으로 남기고, 일부 문제는 커지는 것을 보면서도 지나가는 선택이다. 카오스는 그 선택의 비용이다.

핑계는 다르다. 무엇을 위해 버렸는지, 어디까지 망가뜨려도 되는지, 언제 다시 판단할지를 말하지 않는다. 카오스를 감수하는 사람은 포기한 일을 기억한다. 카오스를 핑계로 쓰는 사람은 포기했다는 사실부터 지운다.


주요 출처: Reid Hoffman·Chris Yeh의 블리츠스케일링 원칙을 소개한 Reid Hoffman, 「7 Counterintuitive Rules for Growing Your Business Super-Fast」; CBS News, 「Silicon Valley investor Reid Hoffman says companies should 'embrace chaos'」. 움직이지 않는 목표, 손실의 경계, 끝나는 조건으로 카오스와 핑계를 구분한 부분은 Zero Draft Lab의 해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