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화면 뒤에서 독자 장부가 갈린다
Medium과 Substack은 비슷한 글쓰기 화면 뒤에서 독자 관계·유통·결제·데이터 이동권을 서로 다른 장부에 기록한다. 창작자가 선택해야 할 것은 에디터가 아니라 그 장부의 소유 구조다.
Medium과 Substack에서 새 글을 쓰면 먼저 빈 화면이 나온다. 제목을 넣고 본문을 쓰고 이미지를 붙인다. 발행 버튼을 누르면 웹페이지가 생기고 독자에게 이메일이나 알림이 간다. 글쓰기 화면만 비교하면 둘은 비슷한 제품처럼 보인다.
독자가 돈을 내는 순간부터 구조가 갈린다.
Medium 멤버십은 월 5달러 또는 연 50달러다. 한 번 결제하면 Medium의 모든 유료 글을 읽는다. 독자는 특정 작가의 상품을 사기보다 Medium이라는 도서관의 입장권을 산다. 작가는 유료 회원의 읽기 시간과 반응, 외부 유입, 신규 회원 전환에 따라 공동 수익 풀에서 돈을 받는다.
Substack에서는 독자가 퍼블리케이션마다 따로 구독한다. 가격도 창작자가 정한다. Substack은 유료 구독 매출의 10%를 가져가고 Stripe 결제 수수료가 별도로 붙는다. 같은 독자가 세 명의 작가를 유료 구독하면 결제 관계도 세 개 생긴다.
Medium이 모으는 것은 글이다. 좋은 글이 많아질수록 하나의 멤버십 가치가 커지고, 플랫폼은 그 글을 누구에게 보여줄지 결정한다. Substack이 모으는 것은 독자 관계다. 각 창작자가 무료 구독자를 모아 유료로 전환하고, 플랫폼은 창작자끼리 독자를 추천하며 그 전환을 돕는다.
이 차이는 읽는 화면보다 재방문 동선을 바꾼다. Medium의 홈은 관심사와 읽기 이력을 바탕으로 다른 작가의 글을 계속 권한다. 한 글에서 출발해 플랫폼 안을 돌아다니는 경험이다. Substack 앱은 발견용 Home과 시간순 구독함인 Inbox를 나눈다. 독자는 먼저 자신이 구독한 사람에게 돌아오고, Notes와 Recommendations에서 새 사람을 만난다.
창작자가 보는 숫자도 다르다. Medium은 노출, 조회, 30초 이상 읽기, 반응, 수익을 잇는다. Substack은 이메일 도달과 오픈, 무료 가입, 유료 가입, 연환산 매출과 이탈을 잇는다. 한쪽은 콘텐츠가 플랫폼 안에서 얼마나 잘 소비됐는지 묻고, 다른 쪽은 독자 한 명이 어떤 고객 상태로 이동했는지 묻는다.
그래서 콘텐츠 플랫폼을 고를 때 에디터의 블록 종류나 홈페이지 테마부터 비교하면 본체를 놓친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독자가 누구에게 돈을 내는지, 누가 이메일 주소를 보관하는지, 추천이 어느 단위로 작동하는지, 떠날 때 무엇을 가져갈 수 있는지다.
글쓰기 화면 뒤에는 어떤 독자 장부가 있어야 할까?
그 장부의 첫 줄은 회원 수가 아니라 관계의 주체다. Medium에서 새로 이메일 알림을 신청한 독자는 작가의 구독자처럼 보이지만, 2025년 4월 이후 가입자의 이메일 주소는 작가가 내보낼 수 없다. 작가는 독자에게 글을 보낼 수 있어도 그 관계를 다른 서비스로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Substack은 구독자 이메일과 구독 상태, 일부 행동 데이터를 CSV로 내보낼 수 있다. 결제도 창작자가 연결한 Stripe 계정에서 확인한다. 이식 가능성은 Medium보다 높다. 다만 독자가 글을 발견하고 결제하고 Chat에 참여하는 경험은 여전히 Substack의 계정, 추천망, 앱과 결합돼 있다. 이메일 목록을 가진 것과 전체 독자 경험을 소유한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Medium은 편집자를 유통 노드로 만든다
Medium은 2026년 7월 Editor Partner Program을 열었다. 출시 당시 100개가 넘는 퍼블리케이션과 300명 이상의 편집자가 자격을 얻었다. 자격을 갖춘 편집자가 제출함에서 맡은 유료 글이 돈을 벌면 편집자는 그 수익의 25%를 추가로 받는다. 작가 수익을 깎는 방식은 아니다.
여기서 편집자는 원고를 고치는 사람만이 아니다. 흩어진 작가를 하나의 주제로 묶고, 투고를 선별하고, Medium의 추천 시스템이 검토할 만한 공급을 만든다. AI로 글의 양이 폭증하자 플랫폼은 편집자의 취향과 신뢰를 유통 인프라로 가격에 넣었다.
이 구조에서 희소한 것은 결제자가 아니라 추천 자리다. 독자는 이미 Medium 전체에 돈을 냈다. 개별 작가는 자기 가격표를 설계할 필요가 없지만, General Distribution과 Boost, 퍼블리케이션 선정 같은 플랫폼 내부 유통에 더 크게 의존한다. Medium이 외부 검색과 이메일 유입에 보너스를 주기 시작했어도 최종 결제는 다시 Medium 멤버십으로 돌아온다.
Substack은 창작자를 작은 미디어 회사로 만든다
Substack에서 희소한 것은 독자의 지갑과 반복 주의력이다. 독자는 퍼블리케이션마다 다시 결제해야 한다. 창작자는 한 번 읽히는 글보다 다음 달에도 남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제품은 글쓰기 도구에서 welcome sequence, win-back, 추천, Notes, Chat, Live, Podcast, Video와 구독자 Perks로 넓어졌다.
Substack은 현재 500만 건이 넘는 유료 구독이 있고, 유료 구독의 30% 이상이 플랫폼 내부 네트워크에서 나온다고 밝힌다. 이 숫자는 고유 결제자 500만 명을 뜻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여러 퍼블리케이션을 구독하면 여러 건으로 잡힌다. 그래도 추천망이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결제 전환 장치라는 점은 드러난다.
2026년의 기능 확장도 같은 방향이다. 영상에서 무료 미리보기를 정하고, 오디오를 Podcast RSS로 보내고, 라이브를 유료 회원에게만 열 수 있다. 유료 회원에게 다운로드 자료나 행사 초대를 주는 Perks가 생겼고, Bestseller 퍼블리케이션은 MCP로 ChatGPT나 Claude에서 구독·매출 통계를 읽을 수 있다. Substack은 콘텐츠 형식을 늘리는 동시에 창작자가 그 형식을 유료 관계로 묶게 한다.
기능이 늘수록 운영 부담도 커진다. 글을 잘 쓰는 것과 Notes를 자주 올리고 Chat을 관리하고 영상을 자르고 이탈 캠페인을 돌리는 것은 다른 일이다. Substack이 창작자에게 미디어 회사의 도구를 주는 순간, 미디어 회사의 할 일도 함께 건넨다. 매출의 10%는 이메일 발송비만이 아니라 이 운영 묶음과 네트워크 유입에 내는 돈이다.
한국어권에서는 두 장부가 모두 어긋난다
Medium Partner Program은 대한민국의 은행 계좌와 세금 거주자를 지원한다. 그러나 2026년 6월 기준 영어가 아닌 글은 General Distribution이나 Boost 심사 대상이 아니다. 한국어 작가는 수익 계정을 열 수 있어도 Medium의 핵심 추천 장부에서는 기존 팔로워, 퍼블리케이션, 검색과 직접 유입에 더 많이 의존한다.
Substack은 무료 퍼블리케이션을 어디서나 열 수 있지만 유료 구독에는 Stripe 지원 국가의 결제 계정이 필요하다. 2026년 8월 Stripe의 공식 지원 국가 목록에는 대한민국이 없다. 한국어 글은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어도 한국 사업자만으로 Substack의 핵심 결제 장부를 여는 데 제약이 생긴다.
이 어긋남은 자체 플랫폼이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선명하게 만든다. Medium의 에디터를 복제하거나 Substack의 Notes를 복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독자가 처음 어디서 왔는지, 어떤 글을 거쳐 이메일을 맡겼는지, 무엇에 돈을 냈는지, 다음 달에도 남았는지가 같은 식별자 위에서 이어져야 한다. 작가와 편집자는 그 기록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플랫폼을 떠나더라도 합법적으로 확보한 관계를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모든 기능을 직접 만들 이유도 없다. 글 작성기는 교체할 수 있고, 이메일 발송사와 결제사도 바꿀 수 있다. 바뀌면 안 되는 것은 동의를 받은 독자 주소, 접근 권한, 결제 이력, 유입 출처와 콘텐츠의 정본 URL이다. 이 장부가 남아 있으면 에디터와 발송 도구는 갈아 끼울 수 있다.
Medium은 독자의 수요를 모아 글에 나누고, Substack은 창작자의 독자를 모아 사업으로 바꾼다. 어느 화면을 닮을지는 나중 문제다. 글쓰기 화면을 닫은 뒤에도 남는 독자 관계가 누구의 장부에 적히는지가 플랫폼의 사업을 결정한다.
주요 출처: Medium, Become a Medium Member, Partner Program earnings calculation, New: A program to pay publication editors, Audience stats, Distribution Guidelines; Substack, About Substack, How much does Substack cost?, Getting started on the Substack app, Exporting an email list, July 2026 product update; Stripe, Global availability. 규모와 네트워크 기여율은 각 플랫폼의 공개 수치이며 독립 감사 수치가 아니다. 기능과 국가 지원 상태는 2026년 8월 3일 확인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