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에는 면역계가 있다
바이럴 성장은 초대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바이러스 면역학의 Rₜ와 면역 기억을 통해 수신자 감수성, 강제 노출, 제품의 재생산 루프를 다시 설계한다.
마케팅은 바이러스에서 번식률이라는 말을 빌려왔다. 한 사용자가 몇 명을 초대하고 그중 몇 명이 가입하는지 곱해 K-factor를 구한다. 계산식 안에서 수신자는 아직 아무 판단도 하지 않은 빈칸처럼 놓인다.
실제 감염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CDC의 감염 사슬에는 병원체, 저장소, 탈출구, 전파 방식, 침입구와 함께 ‘감수성 있는 숙주’가 들어간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부착한 뒤에도 진입, 탈각, 복제, 조립, 방출을 마쳐야 다음 감염을 만들 수 있다. 바이러스 복제 주기를 정리한 의학 교재도 부착만으로 생산적인 감염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역학에는 두 재생산수가 있다. R₀는 개입도 면역도 없는 완전 감수성 집단을 가정한다. 현실의 Rₜ는 그 시점의 감수성, 행동, 연결 구조, 면역 수준과 병원체의 전파력이 함께 반영된 평균이다. CDC가 지적하듯 현실에서 완전 감수성 집단은 드물고, 같은 병원체도 R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제품의 수신자도 빈칸이 아니다. 스팸 필터가 있고, 모르는 도메인을 경계하며, 가입벽과 연락처 권한을 의심한다. 전에 받은 형편없는 초대장은 다음 초대의 해석까지 바꾼다. 생물학적 면역과 같은 현상은 아니지만, 제품이 반복해서 만든 학습된 회피를 ‘제품의 면역 기억’이라고 부를 수는 있다.
접촉을 늘린다고 감수성이 그대로 남지도 않는다. Edwards, Li, Lee의 강제 팝업 노출 연구에서는 과업을 방해한다고 느낄수록 침입성 지각이 커졌고, 짜증과 광고 회피로 이어졌다. 초대 버튼을 더 자주 띄우거나 자동 메시지를 더 많이 보내면 노출량은 늘어도 수신자의 방어는 더 빨리 작동할 수 있다.
바이럴의 유효재생산수는 발신자의 전파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신자가 방어할 이유보다 자기 가치를 먼저 발견해야 다음 세대가 생긴다.
그렇다면 제품의 Rₜ를 올리면서도 면역 반응을 키우지 않는 루프는 어떤 순서로 설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