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좀비, 예산이 앱의 사용법을 만드는 방식
집중 앱에서 25분을 설정한다. 화면에 숫자가 줄어들면 사용자는 남은 시간을 본다. 같은 25분을 Forest에서 시작하면 작은 나무가 자란다. 집중을 마치면 그 나무는 숲에 남고, 엄격한 집중 세션에서 다른 앱으로 빠져나가면 시들 수 있다. 시간의 길이는 같지만 사용자가 지키는 대상이 생긴다. 나무를 고르는 일, 자라는 모습을 보는 일, 다음 날 숲을 다시 여는 일이 모두 집중이라는 행동에 붙어 있다.
앱을 만들 때 ‘모티브가 필요하다’는 말은 종종 색깔과 일러스트를 정하자는 뜻으로 좁아진다. Forest에서 나무가 하는 일은 훨씬 많다. 타이머를 시작하는 순간의 선택, 도중에 이탈했을 때의 결과, 끝난 뒤 남는 기록을 하나의 관계로 묶는다. 숲 그림을 빼고 숫자만 남기면 사용자는 여전히 시간을 잴 수 있다. 하지만 앱이 집중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지에 대한 설계는 상당 부분 사라진다. 그렇다고 나무가 실제 집중력을 높였다는 인과관계까지 이 사례 하나로 증명할 수는 없다.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행동 규칙과 표현 방식이다.
Zombies, Run!에서는 달리기가 이야기 속 임무가 된다. 사용자는 이동하며 오디오 스토리를 듣고, 추격 장면이 켜지면 속도를 올려 좀비를 피할 수 있다. 여기서 좀비는 화면 한쪽의 캐릭터로 머물지 않는다. 듣는 것과 뛰는 것, 속도를 바꾸는 것이 같은 사건으로 이어진다. 다만 추격은 꺼둘 수 있고, 잡혔다고 임무가 실패하지도 않는다. 이야기가 운동을 밀어 주더라도 실제 몸의 사정까지 지배하지 않도록 한 선택이다.
두 앱을 보면 모티브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사용자가 하는 동작에 의미가 붙고, 그 의미가 다음 동작을 예상하게 한다. Forest의 나무는 ‘잠시 휴대폰을 놓아두기’를 돌봄으로 읽게 하고, Zombies, Run!의 추격은 ‘속도를 조금 올리기’를 이야기 속 대응으로 읽게 한다. 이때 모티브는 사용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설정이 아니다. 버튼을 누른 뒤 무엇이 달라지는지 앱이 실제로 보여줘야 성립한다.
모티브에 꼭 숲이나 좀비 같은 허구의 세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예산 앱 YNAB은 돈이 들어왔을 때 “이 돈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묻고, 지금 필요한 일과 나중에 필요한 일에 미리 배정하도록 안내한다. 돈에 ‘일을 준다’는 표현은 장식적인 문구에서 끝나지 않는다. 금액을 범주에 배정하는 조작으로 연결된다. 잔액을 바라보는 사람을 돈의 용도를 결정하는 사람으로 바꿔 놓는 셈이다. 물론 이 방법을 쓴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재무 결과를 얻는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품이 반복해서 요구하는 판단의 형태다.
앱의 모티브를 정할 때는 사용자가 무엇을 하고, 그 일을 어떤 뜻으로 이해하며, 한 번의 행동 뒤에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그 세 가지가 연결되면 나무 한 그루, 짧은 무전, ‘돈의 일자리’ 같은 문장도 제품의 사용법이 된다. 연결이 끊기면 멋진 세계관은 첫 화면을 지난 뒤 설명할 곳을 잃는다.
여기에는 한 가지 어려운 경계가 남는다. 모티브가 사용자의 행동을 잘 이끌수록, 그 세계에서 얻은 성취를 현실의 성취로 착각하기 쉬워진다. 집중 시간의 숲은 집중의 기록이지 완성한 일의 품질이 아니고, 임무를 끝낸 기록은 몸 상태의 진단이 아니다. 특히 사업 의사결정처럼 결과가 앱 바깥에서 판정되는 일이라면 이 경계를 더 분명히 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