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아저씨 댓글의 문법
남의 원글을 자기 지식 자랑의 무대로 쓰는 댓글은 왜 불쾌한가. 댓글이 드러내는 것은 지식량보다 맥락을 읽는 능력이다.
불쾌한 아저씨 댓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원글을 읽고 대화에 들어오는 대신, 원글을 자기 지식 자랑의 발판으로 쓴다.
글이 무엇을 말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장 하나를 걸쳐 놓고는 갑자기 자기가 아는 업계 이야기, 읽은 책, 오래된 경험을 늘어놓는다. 댓글은 원글에 답하지 않고, 원글이 모아놓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설명한다.
댓글을 단 게 아니라 무대를 빼앗은 것이다
이런 댓글이 단순한 반박보다 더 불쾌한 이유가 있다. 반박하려면 적어도 상대의 주장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맥락 없는 지식 자랑에는 독해가 필요 없다. 상대의 글은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모여 있는 청중을 빌리는 장소가 된다.
그래서 댓글이 길어서 불쾌한 것도, 아는 게 많아서 불쾌한 것도 아니다. 원글 작성자를 대화 상대로 대하지 않는 태도가 불쾌한 것이다. 남의 말을 듣는 척하면서 자기 차례만 기다린다.
댓글은 지식량보다 독해력을 공개한다
좋은 댓글은 먼저 원글의 맥락을 정확히 잡는다. 무엇에 동의하는지, 무엇을 묻는지, 어떤 부분을 보완하는지가 분명하다. 자기 경험을 꺼내더라도 원글과 실제로 연결되는 만큼만 쓴다.
반대로 자기 이야기가 원글보다 커지는 순간, 그건 댓글이 아니라 남의 마당에 세운 임시 무대다. 그렇게 할 말이 많다면 댓글창을 점거할 게 아니라 자기 글을 새로 쓰는 편이 낫다.
여기서 ‘아저씨’는 나이가 아니라 태도다
젊은 사람도 얼마든지 이런 댓글을 쓴다. 여기서 아저씨 같은 것은 나이가 아니라 낡은 관계 감각이다. 타인의 말은 이해할 대상이 아니라 내 지식을 꺼내기 위한 전주이고, 대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접수해야 하는 무대라고 여기는 태도다.
남의 글을 내 지식의 증거로 쓰지 마라. 댓글은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보다, 남의 말을 얼마나 정확히 읽었는지를 먼저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