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 적응하는 비용이 코딩 비용을 넘을 때
가령 영업팀이 매일 CRM에서 오늘 연락할 고객을 찾는다고 하자. 담당자는 필터를 열고, 상태값을 고르고, 어제와 달라진 기록을 확인한 뒤, 필요한 몇 줄을 다른 화면으로 옮긴다. CRM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이 팀이 아침마다 원하는 것은 좁다. 오늘 누구에게 왜 연락해야 하는가.
한동안 이 불편은 사용자가 감수할 몫이었다. 회사가 이미 산 소프트웨어에 맞춰 메뉴를 익히고, 내부 교육 자료를 만들고, 반복 클릭을 숙련으로 바꾸는 편이 맞춤 화면을 개발하는 것보다 쌌다. 이제는 그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API 접근권이 있고 필요한 데이터가 명확하다면, 기존 서비스를 기록의 원천으로 둔 채 그 위에 팀 전용 화면 하나를 만드는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변화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Cui와 동료들의 2026년 현장 실험에서는 세 회사의 개발자 4,867명 가운데 AI 코딩 도구를 쓴 집단이 평균 26.08% 더 많은 작업을 완료했다. Irene Weber의 2025년 사례 연구에서는 비개발자 참가자 33명 중 24명이 AI의 도움을 받아 기본 웹 설문 앱을 완성했다고 보고했다. 두 연구가 곧바로 “앱 하나를 만드는 편이 기존 UI를 배우는 것보다 빠르다”는 결론을 주지는 않는다. 하나는 개발자 작업량을, 다른 하나는 작은 앱 제작의 가능성을 측정했다.
그럼에도 비교 대상은 달라졌다. 예전에는 개발자에게 새 제품을 의뢰하는 비용과 이미 있는 제품을 쓰는 비용을 견줬다. 지금은 좁은 업무를 위해 작은 화면을 만드는 비용과, 매일 그 업무에 맞지 않는 화면을 통과하는 비용을 견줄 수 있다. 후자는 견적서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누가 어떤 필터를 기억해야 하는지, 화면을 옮길 때 무엇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지, 새 직원이 같은 순서를 익히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가 사람의 시간으로 흩어진다. 지식 노동자의 앱 전환을 연구한 Jahanlou와 동료들도 한 업무를 위해 여러 도구를 오가며 데이터 이동과 맥락 회복이 발생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여기서 API가 하는 일은 기존 서비스를 통째로 복제하는 일이 아니다. CRM이 고객 기록과 권한을 계속 관리하고, 작은 앱은 그중 오늘 필요한 정보와 동작만 꺼낸다. 사용자가 원본 서비스의 모든 메뉴에 적응할 이유가 줄어든다. 동시에 원본에 쌓인 데이터와 업무 규칙을 다시 만드는 부담도 피할 수 있다.
시장에서도 비슷한 선택이 관찰된다. 내부 도구 제작 업체 Retool은 2026년 조사에서 고객과 제작자 817명에게 물었고, 응답 팀의 35%가 적어도 한 SaaS 도구의 기능을 자체 제작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Retool의 고객 사례에 따르면 한 회사는 연 2만 달러를 쓰던 외부 도구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필요한 기능을 직접 다시 만들었다. 이 수치를 모든 기업의 평균으로 옮길 수는 없다. 다만 소프트웨어에 적응하는 대신 필요한 부분을 직접 만드는 선택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처음 물어야 할 것은 “이 앱을 전부 다시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다. 지금 사람이 반복해서 수행하는 한 가지 일을, 기존 서비스의 API 위에 더 짧고 분명한 화면으로 옮길 수 있는가다. 그 화면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이후의 유지비가, 팀이 계속 지불할 탐색·교육·전환 시간보다 작다면 앱을 배우는 일이 더 비싼 선택이 된다.
비용이 역전되는 지점은 모든 업무에서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