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채널을 찾는다는 착각

초기 팀의 문제는 채널이 없다는 게 아니라, 증폭할 만한 이상한 행동이 없다는 것이다. PostHog의 글은 그 불편한 사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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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채널을 찾는다는 착각

초기 팀이 “마케팅은 어느 채널부터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순간, 이미 질문이 조금 틀어져 있다.

문제는 채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이상한 행동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채널은 증폭기다. 증폭할 신호가 있으면 작게라도 울린다. 신호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채널에 올려도 회사 소개문, 기능 나열, SEO 문서, 무난한 founder letter가 된다. LinkedIn에 올리든, X에 올리든, Hacker News에 올리든, 뉴스레터로 보내든 결과는 비슷하다.

사람들은 읽고 잊는다.

그러고 나면 팀은 다시 채널을 찾는다. 이번에는 Reddit인가. 이번에는 AEO인가. 이번에는 팟캐스트인가. 이번에는 paid ads인가. 계속 바깥을 본다. 사실 안쪽에 비어 있는 게 있는데도.

PostHog 뉴스레터의 The stuff nobody tells you about startup marketing은 그래서 좋은 글이다. 겉으로는 초기 스타트업 마케팅 조언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채널론이 아니다.

이 글의 진짜 메시지는 더 불편하다.

초기 마케팅은 채널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남들이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상한 행동을 공개적으로 반복하는 일이다.

PostHog이 잘한 건 “Hacker News를 잘 활용했다”가 아니다. 그건 너무 얕은 독해다. HN은 유통면이었다. 진짜 자산은 따로 있었다.

작은 회사가 자기 내부를 너무 많이 보여줬다는 것.

핸드북을 공개하고, 창업자가 피벗과 런치와 투자 유치 과정을 쓰고, 회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웹사이트에 남겼다. 이건 콘텐츠 마케팅이라기보다 증거 노출에 가깝다.

“우리 진짜 회사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실패를 지나왔습니다.”
“이 제품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이런 집착에서 나왔습니다.”

초기 팀에게 필요한 건 대개 이런 증거다. 광고 카피가 아니라 증거. 포지셔닝 문장이 아니라 행동. 멋진 브랜드 가이드가 아니라 반복해서 드러나는 이상한 기준.

채널 질문은 대개 도피다

“어느 채널을 해야 하냐”는 질문은 성실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꽤 자주 도피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팀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채널을 고르는 문제로 바꾸면, 갑자기 일이 관리 가능해 보인다. SEO 키워드 조사. LinkedIn 발행 캘린더. Reddit 커뮤니티 목록. 뉴스레터 템플릿. 광고 예산. 대행사 견적.

전부 할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어려운 질문은 따로 있다.

우리가 반복해서 보여줄 수 있는, 우리만의 이상함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불편하다. 답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제품도 평범하고, 내부 기준도 흐릿하고, 실패담도 정리되지 않았고, 창업자의 목소리도 없고, 고객을 만난 흔적도 얇을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채널만 찾으면 어떻게 되나.

SEO 글은 백과사전처럼 밋밋해진다. LinkedIn 글은 성장 조언 흉내가 된다. X 글은 짧은 회사 홍보가 된다. 뉴스레터는 업계 링크 모음이 된다. 랜딩 페이지는 “쉽고 빠른 올인원 솔루션” 같은 문장을 뱉는다.

읽는 사람은 안다.

이 팀이 뭘 믿는지 모르겠다는 것. 어디에 미쳐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 왜 지금 이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겠다는 것.

그럴 때 채널은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밋밋함을 더 빨리 퍼뜨리는 장치가 된다.

작은 회사만 할 수 있는 노출

큰 회사는 이상한 일을 하기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이상한 일을 해도 공개하기 어렵다. 법무가 있고, 브랜드 가이드가 있고, 내부 정치가 있고, 파트너가 있고, 주가가 있고, 말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큰 회사의 공개 문장은 대개 매끈하다. 매끈한 대신 기억에 덜 남는다.

작은 회사는 반대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있다. 피벗의 흔적, 어설픈 결정, 창업자의 집착, 고객과 직접 부딪힌 기록, 내부 운영 방식, 실수한 뒤 바꾼 기준. 이런 것은 대기업의 콘텐츠팀이 만들기 어렵다.

PostHog의 초기 마케팅은 바로 이 지점을 찔렀다.

그들은 개발자에게 “우리 제품 좋습니다”라고만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회사입니다”를 너무 많이 보여줬다. 제품 소개보다 회사의 판단 방식이 먼저 보이게 했다.

이건 개발자에게 특히 잘 먹힌다.

개발자는 팔리는 느낌을 싫어한다. 하지만 어떤 팀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기술적/운영적 기준으로 움직이는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는 궁금해한다. 그 궁금증은 제품 구매 이전의 신뢰를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건 투명성이라는 예쁜 단어가 아니다.

투명성은 그냥 열어둔다는 뜻이 아니다. 아무거나 공개한다고 마케팅이 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건 판단의 결이 드러나는가다.

이 팀은 무엇을 싫어하는가.
무엇을 과하게 중요하게 보는가.
어떤 선택지는 왜 버렸는가.
고객에게 팔기 위해 어떤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는가.
작은데도 왜 이렇게까지 공개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이 보이면 사람은 기억한다.

초기 마케팅은 설명이 아니라 증거다

초기 팀은 자꾸 설명하려고 한다.

우리는 누구를 위한 제품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대안보다 무엇이 좋고, 앞으로 어떤 기능을 만들 예정이고, 가격은 어떻고, 로드맵은 어떻고.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설명만으로는 약하다.

사람은 초기 제품의 설명을 잘 믿지 않는다. 당연하다. 제품은 미완성이고, 팀은 작고, 오래 갈지도 모르고, 기능은 부족하다. 이때 필요한 건 더 많은 형용사가 아니다. 증거다.

증거는 이런 식으로 생긴다.

  • 고객을 직접 만난 기록
  • 실패한 가설을 접은 기록
  • 내부 기준을 공개한 문서
  • 제품을 만들며 배운 것
  • 창업자가 계속 같은 문제를 물고 늘어진 흔적
  • 팀이 남들과 다르게 판단한 장면

이런 것들은 당장 전환율을 깔끔하게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이쪽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회사를 기억할 이유를 만들기 때문이다.

PostHog의 공개 핸드북이나 founder blog가 그랬다. “마케팅 자산”으로 기획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는 회사의 실재감을 만들었다.

초기 제품은 기능만으로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회사 자체가 읽혀야 한다.

SEO는 시작점이 아니라 보관소다

초기 팀이 SEO부터 시작하는 장면을 보면 조금 불안하다.

검색 유입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중요하다. 좋은 검색 글은 누적 자산이 된다. AI 답변 표면에서도 구조화된 지식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팀을 기억하지 못하고, 어떤 문장이 고객에게 꽂히는지 모르고, 어떤 문제가 돈을 내게 만드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SEO부터 시작하면 이상한 재고가 쌓인다.

키워드에 맞춘 글은 있는데 목소리가 없다. 검색 의도는 맞춘 것 같은데 관점이 없다. 트래픽은 조금 오는데 왜 이 팀이어야 하는지는 남지 않는다.

SEO는 학습이 끝난 문장을 보관하는 곳에 가깝다.

먼저 사람에게 닿는 글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 어떤 말에 반응하는지 봐야 한다. 어떤 이야기가 가입, 답장, 추천, 상담으로 이어지는지 봐야 한다. 그다음 반복해서 먹힌 문장을 검색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야 한다.

순서를 바꾸면 글은 많아지는데 회사는 선명해지지 않는다.

초기 팀에게 더 위험한 건 글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글이 너무 많은 상태다.

attribution보다 기억을 봐야 한다

PostHog 글에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signup flow에 “어디서 우리를 알게 됐나요?“를 묻는 칸을 넣으라는 것이다.

이 조언이 좋은 이유는 단순해서가 아니다. 초기 마케팅에서 봐야 할 것이 클릭 경로보다 기억의 형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분석 도구는 마지막 클릭을 잘 잡는다. 사람이 founder blog를 읽고, 며칠 뒤 회사 이름을 검색하고, 광고를 클릭해서 가입하면 데이터는 광고가 이겼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수요를 만든 건 글이었을 수 있다.

초기 팀이 이걸 잘못 읽으면 돈을 잘못 쓴다.

광고가 문을 열었을 뿐인데 광고가 신뢰를 만들었다고 착각한다. 반대로 오래 기억되는 글, 이상한 공개 문서, 창업자의 집착 같은 느린 자산은 과소평가된다.

그래서 직접 물어야 한다.

“어디서 보고 왔나요?”

더 정확히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무엇으로 기억하고 있었나요?”

이 답변은 숫자보다 지저분하다. 하지만 초기에는 그 지저분함이 더 쓸모 있다. 사람이 회사를 어떤 이름으로 기억하는지, 어떤 글을 계기로 다시 찾아왔는지, 어떤 문제와 연결했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결국 기억을 만드는 일이다. attribution은 그 기억의 그림자를 보는 도구일 뿐이다.

대행사가 대신 못 하는 일

초기 마케팅을 대행사에 맡기는 것도 비슷한 도피가 될 수 있다.

대행사는 실행을 도와줄 수 있다. 광고 세팅, 리포트, 디자인 제작, 캠페인 운영, 특정 채널 최적화는 외부 경험이 도움이 된다. 나중에는 당연히 쓸 수 있다.

하지만 초기의 핵심 질문은 대행사가 대신 답할 수 없다.

우리는 왜 기억되어야 하는가.
어떤 고객에게 이상하게 꽂히는가.
어떤 이야기를 반복할 수 있는가.
무엇을 공개할 수 있는가.
이 팀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건 실행 문제가 아니라 자기 이해의 문제다.

이걸 건너뛰고 외주를 주면 결과물은 생긴다. 하지만 감각은 남지 않는다. 팀은 여전히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어떤 고객이 반응하는지, 어떤 메시지가 제품 판단을 바꿔야 하는지 모른다.

초기 마케팅을 직접 해야 하는 이유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제품을 더 잘 만들기 위해서다.

마케팅은 제품 밖에서 하는 일이 아니다. 고객이 제품을 어떤 말로 이해하는지 배우는 과정이다.

그러면 무엇을 6주 반복할까

이 글을 그냥 “PostHog은 마케팅을 잘했구나”로 읽으면 별로 남는 게 없다.

핵심은 따라 할 채널이 아니라 따라 잡을 강도다.

초기 팀은 먼저 자기 안에서 공개 가능한 이상함을 찾아야 한다. 그 이상함은 대개 고상한 브랜드 문장으로 나오지 않는다. 더 작고 구체적인 장면에서 나온다.

고객과 이야기하다가 매번 같은 오해를 만나는 장면.
제품을 만들며 남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행을 못 견디는 장면.
경쟁사가 숨기는 비용을 굳이 공개하려는 장면.
실패한 기능을 왜 버렸는지 설명하는 장면.
작은 팀이라서 오히려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장면.

이런 것이 없으면 마케팅은 계속 외부 모범답안을 베끼게 된다.

AI 글쓰기 도구를 위한 SEO 문서.
B2B SaaS를 위한 LinkedIn thought leadership.
개발자 도구를 위한 Hacker News launch.
소비자 앱을 위한 TikTok short-form.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채널의 이름일 뿐이다. 그 안에서 무엇이 기억될지는 여전히 비어 있다.

그래서 6주 실험은 “어느 채널에 올릴까”가 아니라 “어떤 이상함을 반복할까”로 잡아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매주 한 번, 제품을 만들며 실제로 내린 판단 하나를 공개한다.
  • 매주 한 번, 고객과 부딪힌 오해 하나를 글로 쓴다.
  • 매주 한 번, 버린 기능이나 포기한 전략을 설명한다.
  • 매주 한 번, 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말을 하나 골라 반박한다.
  • 매주 한 번, 내부에서 쓰는 기준이나 체크리스트를 밖으로 꺼낸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founder blog여도 되고, 짧은 메모여도 되고, 긴 에세이여도 되고, 데모 영상이어도 된다. 중요한 건 매번 같은 종류의 기억을 남기는 것이다.

“저 팀은 저 문제를 이상하게 진지하게 본다.”

이 문장이 생기면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판단 기준도 단순해야 한다.

6주 뒤에 사람들이 그 팀을 특정 문장으로 기억하는가.
그 기억이 가입, 답장, 추천, 상담, 재방문 중 하나로 이어지는가.
팀 내부에서도 그 글들이 제품 판단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접는다.

계속할지 말지 모르는 상태가 제일 나쁘다. 애매한 콘텐츠는 운영 부담으로 남는다. 초기 팀은 그런 재고를 쌓을 여유가 없다.

결론

초기 마케팅의 첫 질문은 “어느 채널?“이 아니다.

첫 질문은 이거다.

우리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그 답이 없으면 채널은 소용없다. SEO도, X도, LinkedIn도, Reddit도, 뉴스레터도, 광고도 전부 밋밋함을 유통할 뿐이다.

PostHog이 보여준 건 채널 선택의 모범답안이 아니다. 작은 팀이 자기만의 이상함을 공개적으로 반복하면, 그 자체가 마케팅이 된다는 사실이다.

초기 팀은 큰 회사처럼 보이려고 할수록 약해진다.

작은 회사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판단, 실패의 흔적, 창업자의 집착, 고객을 만나며 바뀐 문장, 남들이 숨기는 운영 방식.

그게 먼저다.

채널은 그다음이다.


출처: Charles Cook, PostHog Newsletter, The stuff nobody tells you about startup marketing